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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설】 청암로의 도리성혜(桃李成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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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칼럼 |
桃李不言 복사꽃과 오얏꽃이 말을 하지 않아도
下自成蹊 그 아래에 자연히 길이 이루어진다.
자신을 자랑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인품과 충심(衷心)이 드러나 사람들이 감복해 저절로 찾아온다. 마치 봄날 피어난 복숭아꽃 오얏꽃은 자랑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닿아 깊은 산속이라도 오가는 발길로 그 나무 아래 길이 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중국 사마천(司馬遷)이 이광(李廣)의 인품을 흠모해 “복사꽃과 오얏꽃은 말이 없지만 사람들이 알고서 찾아오기 때문에 그 아래에 자연히 길이 이루어진다”라고 평한 글이 《사기》 권109 이장군열전 찬(李將軍列傳贊)에 나온다.
무심천을 따라 청암로를 오가는 이들이 저절로 길을 이루는〔桃李成蹊〕 꽃 피는 봄이다. 누가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닿는 발길을 따라 찾아가 본다.
당나라 문장가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은 정원사 곽탁타 이야기이다. 곽탁타는 곱사병을 앓아 등이 굽은 모습으로 마치 낙타 같다 하여 ‘탁타(낙타와 같은 말)’라 별명으로 불리워 졌는데 자신도 그 별명이 그럴듯하다면서 언짢아하지 않고 본명을 버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탁타의 생업은 나무를 심고 기르는 일이다. 좋은 나무는 팔고 이삭을 주워서 그가 심으면 그 나무는 한 그루도 죽는 법이 없었다. 어떤 나무든 잎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는 과실수는 크고 단맛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당시의 벼슬아치들은 비싼 값을 주고 나무를 사다 자신을 치장하고자 심어 놓아야 제대로 자라지를 않자 어떤 이가 낙타에게 찾아와 나무 심는 방법을 물었다. 낙타는 보잘것없는 제게 무슨 방법이 따로 있겠습니까? 단지 제가 나무를 심을 때는 나무의 본성을 저해하지 않을 뿐이라고 답하였다.
“나무를 심을 때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뻗으려 하고 덮는 흙은 평탄해지려 하지요. 흙은 또, 자라던 땅의 것이 좋고 꼭꼭 밟아 뿌리에 붙여주는 걸 좋아합니다. 본성을 위반하여 나무를 가꾸는 자는, 나무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너무 걱정해, 아침에도 돌보아 주고 저녁에 어루만져 주고 이미 떠나서도 다시 생각하며, 심한 경우에는 껍질을 손톱으로 쪼아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시험해 보기도 하고, 나무의 뿌리를 흔들어서 흙이 제대로 채워져 있는지를 알아보기도 하니, 나무의 본성에는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맙니다.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 하지만 실은 해치는 것이며, 걱정되어 그런다고 하지만 실은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그같이 하지 않을 뿐이니, 내게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는 나무를 심을 때는 어린 자식을 다루듯이 하고, 심고 나서는 놓아두기를 버려둔 듯이 해야 그 본성이 온전해져서 제대로 자라게 된다는 낙타의 대답을 듣고 ‘내가 그대에게 나무를 심는 방법을 물으러 왔다가 사람을 기르는 법을 배워가오’라고 했단다.
봄꽃이 피어나니 저절로 길이 이루어진다. 본성을 따르는 일이다.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인성의 꽃이 피는 나무 아래이기에 저절로 길이 이루어진다. 청암로에 수 없이 오가는 발걸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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