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칼럼

  • 청대신문
  • 칼럼
칼럼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산책길】 베트남 전쟁, 우리가 반성할 기회
카테고리 칼럼

 지난 2017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상징물인 ‘베트남 피에타’가 제주와 베트남에 설치됐다. 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게 희생된 엄마와 이름도 없이 죽어간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는 것일까.

 지난달 7일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일부승소 판결이 났다. 이 판결은 3년여 간의 소송에서 ▲소송요건 ▲소멸시효 ▲실제 한국군에 의한 학살 등을 주된 쟁점으로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수년간 “민간인으로 위장한 베트콩을 죽인 것이지, 민간인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한베평화재단의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학살 피해자들의 청원서’에 따르면, 한국군은 베트남 중부 5개 성(꽝남성, 꽝응아이성, 빈딘성, 푸옌성, 카인호아성)에서 작전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에 2015년과 2018년에 당시 피해자들은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학살을 증언하고 한국 정부의 사실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2018년 서울에서 열린 ‘시민평화법정’이라는 민간 법정에서는 한국 정부의 진상규명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사과나 명예 회복 등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이전부터 한국 정부는 제주 4·3, 광주 5·18, 한국전쟁 등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해왔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만 한국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베트남 증언자가 있음에도 사실을 외면했다. 이 사실은 한베평화재단의 증언자 게시물에서 약 162개로 수많은 증언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증언자뿐만 아니라 이미 제주도에 ‘베트남 피에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한국 정부는 ‘베트남 피에타’의 상징물의 의미를 저버리지 않고 다시금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전은빈 부장기자>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