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홍보동영상

  • 소개
  • 홍보동영상

새벽길1편

이제 그만 일어나야 될 것이오
오늘 점심은 보은서 먹어야지요 안그래유?

긴히 할 얘기가 있는데

무슨얘긴데유?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장돌뱅이 신세로만 지내야겄어

그럼 어쩐데유 이 짓이라도 해야
창자속 들락거리는 소리 안날텐디
그럴 수 있는 갑유 천지간에
우리형제 둘 뿐인디 안그래유?

벌써 칠년째여 열두살에 들짐지고
이 장터 저 고을을 찾아나선지가

우리 칠년째구만유 제가 지금 열입곱이 되니께

우리 발길 안 닿은데가 있었나
논산 청주 옥천 남양 인천 강경 수원 고창 목포

그것뿐인가 나를 남겨놓고선 혼자서
멀리 연산 함흥 길주 신의주까지 갔었잖아유

그려 그러고 보면 남으로는 이장터 저장터
북으로는 함경도까지 안 밟아본 땅이 없었지
아마 이것들이 잘 알껴

그런데 어째서 이 짓을 그만두겠다는거유

누가 장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댜

아까 안그랬슈?

장사를 하되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 이거여 내말은

뿌리를 내려유?

글쎄 역마살이 끼었는지는 모르지만
고향이 경상북도 경주땅을
떠나온지가 8살 그 후부턴
남의 집 처마밑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이름 모를 주막집 부엌서 식은 밥댕이
얻어먹기도 하다가 행상일을 시작한게
열두살 울기도 많이 울었고 걷기도 많이 걸었지

아니 오늘따라 왠 신세타령이래유
아 그럴적에는 꼭 나만~?
아이고 어쩔꺼나 이 내 신세야
남의집 영감은 자동차를 타는데
이놈의 신세는

그래서 난 오래전부터 어디고
한자리에서 장사를 해야겠다고 새각했어

어딘데유? 평서유 평양이유?

아녀

그럼?

조치원

조치원?

응 여러고장 다 돌아다녀봤지만
조치원이 그 중 장사가 잘될거같어

그래유?

조치원은 사방으로 길이 뚫린 갈림길이라
왕래하는 사람도 많아서
장사하기는 그 중 좋더라 이거여 알겠어?

모르겠슈

그려 넌 아직 모를껴 그동안
청주와 조치원 사이를 오가며
그 중 재미본데가 조치원이었으니께
어려서 부모잃고 싸돌아댕기는 팔자
고향이 어디 따로 있나

그럼유 아 정들면 고향이지유

아니 너 어디서 그런말 배웠댜? 아직도 어린것이

내 나이가 지금 몇살인데 어려유? 열일곱에유
열일곱! 봐요 코밑에 수염도 났슈

그려그려 코 밑에 옥수수수염보다
더 길게 돋았더라면 아주 니가 ?장사가 되었겠다

가자 말없는 새도 저마다 꿈을 나르는데
사나이 대장부가 못할건 또 뭐여
조치원으로 가자 영근아

형 생각이 그러시다면 나도 반대는 안하겄슈
헌디 조치원에다 자리를 잡을만한
밑천은 있슈?

글쎄말이여

생각만 크면 어쩐데유 가진게 있어야지
듣자니께 왠만한 자리는 왜놈들이 죄다
깔고 앉았다는디유 게다가 왜놈들이 자기들
장사하기 편하게만 법을 만들어놔서
우리 조선사람한테는 법은 멀고 주먹만 가깝다는디유

걱정마라 사람있고 돈있지
이거 얼만지나 알어? 74원이야

74원?

7년동안 내가 모은 전재산이여

알고보니께 부잣집인가벼

이 돈 가지믄 우선 조치원 장터 어디
한구탱이에다 가게를 잡을 순 있을껴
그리고 남은 돈으로 물건을 찾아왔다가
시세가 오를 때 팔자 이거여

뭘 사시려구유?

참깨를 살 참이여
그러고 콩, 팥도
그걸 가져왔다가 경성으로 올려보내면
얼만지 몰라도 무법장사는 될거니께

손 배운것은 없어도 배짱하나는 그만이여

배짱은 적다만 장사재간은 있을껴
세상이란 열심히 살아서 안되는 일은 없어 영근아
우리 두형제가 한마음이 되어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모으면 난 꼭 해야 할일이 있다
너도 나도 가난해서 배우지 못해 이지경 아니여
그렇다고 난 그 누구를 원망하진 않어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죽지않고 살아있는 그날까지
악착같이 일하는거야 부지런히 벌어서 애끼는거야
애껴서 부자가 되믄 남을 위해 쓰는거여

남을 위해 써유?
아니 그게 뭔 자다가 봉창두들기는 소리래유?

사람이란 은혜를 입으면 갚을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이여
영근아 자 우리한번 ?셈치고 ?치고 일 시작하자

예 해유 새로 시작해유

다들 집으로 돌아가!
오늘부터 그 누구도~?? 밖으로 나다녀도 안된다
집집마다 문을 닫고 있어라
이 지시를 어긴자는 즉각 처단하겠다 알겠나

저런 미친X들 같으니

무슨 일이래유

어째서 저놈들은 우리 조선사람들을
못 잡아먹어서 저런대유

아 뻔하잖여

아이그 이 등신들아 귀는 어디 두고 ~??

아이구 속시원하게 얘기 좀 해유

경성서 만세를 불렀댜

만세? 만세?

아까 그 ?얘기 못 들었어?

만세가 뭐래유?

으이그 그 만세도 몰러?

그려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다는구먼 지난 삼월 초하루

대한독립만세요?

그려 그래서 헌병이나 순사들이 만세를 부른 사람을
붙들어가고 해서 시골 여기저기서도 만세를 부를까봐
두려워서 세사람이상 모이지 말란거 아닌가 말이야
세상 돌아가는게 예사일이 아니야 지놈들이 입으로는
평화니 동등이니 하지만서도 하는 일은
어 영근아 어서와 그래 장사는 잘되는겨?

예 예상보다 경기가 좋구먼유

오셨슈 안녕하시요

원산서 내려오는 길이여?



경성을 거쳐왔겠구먼

예 세상이 발칵 뒤집혔슈

만세 불렀다는디 그게 정말인가유?

그렇지

왜 만세를 부르면 안되나유?

왜라니

아니 만세를 불렀으면 불렀지 어째서

일본사람들한테는 눈에 가시같은 일이니께 그렇지유

아니 그게 어째서 눈에 가시유?

으이구 그것도 몰라서 물어?
이래서 무식한 사람은 말이 안통한다니께

안그래유 어른

니는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지랄이여 지랄이
니나 네나 낫놓고 기역자 모르기는 ~에 든 좁쌀이여!

아유 요 주둥이를 그냥

어쩔겨?

안녕히 계시유

세상이 보통 시끄러운게 아닌가봐유
나야 원산서 웬만큼 기반을
잡은데다가 일본과의 교역도 ~? 하고 있으니께 ~?
새로나온 궐련드려유?

담배 끊었어 너나 피워

참 성님 그 일은 어떻게 잘 되어가는거유?

그 일이라니?

조치원에다 ~학교를 세우신다고 그랬잖아유
경비걱정은 마시유 성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슈
그래서 실은 ~뭐고 또 경비도 드실 것 같아서

이게 뭐여

~설립하시는데 그리고 언제든지 ~? 비용이 드시는 일이면

그렇지만 그럴 필요 없게 될거 같어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유? 그럴 필요가 없게되다니요

관청서 이핑계 저핑계만 대면서
설립인가를 미루잖여
어제도 이주사가 가서 다섯시간을
기다리다가 되돌아왔잖여

세상에 그런 왜 돌아와유 여긴 결판을 내버려야지

성님 제가 가서 따지고 오겠슈 그런 상놈의

따진다고 되는 일인가 앉어

안될건 뭐유 우리도 배후에 사람도 있고 돈도 있고
그리고

있지 하지만 한가지가 없는데 어떻게 해
나라가 없는겨

나라요?

나라없는 백성인디 뭐가 되겄어 낭비지 안돼
백가지가 있으면 뭘혀

그렇지만 성님 우리가 즈그들보고 ~? 대달라고 했슈?
모든 설립자금을 우리가 대겠다는데 왜 안된단 말이유

누가 아니랴 나도 본청이다 도청이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그 얘기 했지 설립인가신청서에
도장 하나만 찍어주면 되는 일인디
뭐가 안되는가 하고 말이야

그런데도 안찍어줘유?

난 지나간 얘기까지 꺼냈지

곤란한데요 그건..

그렇지만 과장님 난 이미 11년전에
연기군 ?객사자리에다가
연청학원을 설립한 실적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학원도 이미 국립학교로 이관해서
이땅에 교육의 공헌하는 사람인데
아 어찌 안된단 말씀입니까 예?
난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 때 사정은 그 때 사정이고
지금은 지금 아니겠어
아 물론 진상이 사업을 잘 해내서
재산을 모으면 좋지만 그 돈있는 사람이라고
꼭 반드시 학교를 지을 수 있다는 법적근거는 없잖소

법적근거요?

에 또 그리고 이 당국에서는 이 조치원같은
작은 골에 과연 중학교가 필요할 것인가도 검토해야겠고
또 과연 중학에 입학하여 수학한 학생이 있을까도
검토해야겠고 또 학교가 설립되었을 경우 그 학교운영에
대한 어려운 문제도 검토해야겠고
그 아무튼 진상이 중학을 설립하시려는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서도 현재의 실정으로서는
좀 더 검토를 하자는게 당국의 방침인 만큼
그렇게 아시고 좀 더 기다리시는게..
세상이란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언제쯤이면 그 검토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글쎄올시다 지금같아서는 언제라고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니까
아무튼 검토를 해서 공지를 해드릴테니까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난 그럼 바빠서 이만.

세상에 그런..

뻔한 속셈 아니냐 조선사람이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지들이 지들이 사람부리기가 곤란하니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육을 못 받게 하려는거 아니겠어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순 없잖아요

물러서긴 이럴 수록 우린 더 버텨나가야지
힘없는 백성은 독립도 못하는 법이니께
이럴수록 힘을 길러야지

무엇으로 힘을 길러유?

교육이지

학교도 마음대로 못 세우게 하는데유

다른고장에선 안될지 몰라도

청주로 가는겨

청주로유?

장사하기는 조치원이 좋을지 몰라도
학교세우기는 청주가 제격일껴
그러니 청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할껴
영근아 우린 청주에다 씨앗을 심는겨
그리고 그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도록 가꾸는겨
난 한번 마음먹으면 주저하지 않는
~?하면서 다 하잖어

알았슈 성님이 정 그럴 생각이시라면 별수 있겠슈
성님 갑시다 청주로 자리를 옮깁시다

고맙다

전 내일이라도 다시 원산으로 가서 돈 열심히
벌 것이니께요 성님은 성님 뜻 세우신대로
밀고 나가세요 제가 뒤에서 밀어드릴테께요

영근아 정말 고맙다 세상이 끝나도록
우리 형제 ~?거야

~의 청주지부장?

예 ~입니다요
그리고 제가 인사소개를 올리갔슈
모두 저와 함께 대성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동지들입니다요

대성학원?

예 작년 삼월에 ~?입어 문을 열었지요

오 장한 일들 했구만그랴
요즘 같은 세상에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야
그래 무슨 일로 날..

어르신한테 긴히 할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돈 얘긴가?

물론 돈하고 관련있는건 아닙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르신께서 대성학원을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어?

성질도 급하긴 자초지종 얘기를 설명드리고나서
말씀드릴 일이지

괜찮아 나보고 대성학원을 맡으라 그랬어?

예 곤경에 빠진 우리 대성학원을 구해주실 분은
이 청주서 어르신밖에 안 계신다고 판단하고 찾아왔슈

어르신이 꼭 맡아주셔야겠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난데없이 나보고 대성학원을 맡으라니
원 사람들

제가 설명 올리갔슈
실은 또 ~?결과를 받았는디
재산상 위적한 인사를 설립자로 징하여
설립허가 신청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학원인가를 할 수 없다라는
통첩을 받았슈

인가를 할 수 없다고?

예 현재 한학급에 80명씩 학급을 편성하여
이부제 수업을 하고 있는데 대성학원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나이를 먹었거나
장가까지 간 성인들이 많아요
게다가 통학거리가 멀어서
이부제 수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요 그런데 도 당국서는 교실을 증축하고
일부제 수업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해서
교사를 두어분 더 채용하다보니께
학교경영에 금방 허덕이게 되었지요

짐작이 가는구먼 무슨 얘긴지

그러던 차에 ~?가서 대성학원은 어디까지나
변칙적이니 이 기회에 보통학교 인가에 의한
정식학교로 인가를 받으라고 하잖아요

저희들은 방방으로 인수할 분을 찾으러 나섰지만
그 누구도 응해주지 않는구먼유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니라
되려 돈을 찔러넣는 짓을 어느 미친X이
합니까 이거를

저희들이 대성학원을 설립한 ~?
눈앞의 이익만 내세우니 우린 정말이지 눈에서
피가 쏟아질 지경입니다.
이 나라 이 백성이 이토록 무능한가 싶어서
요즘은 울화통이

선생 흥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잖아
어르신께서는 대성학원의 실정을 소상히 모르고
계시니께 우선은

알고 있어 다 알아 언젠가 나도 그 근처를
한번 가봤지 실은 나도 오래전부터 학교를
하나 세울까 하고 부지를 물색하려고 말이야
헌데 대성학원은 부지가 너무 비좁더구만
학생들이 뛰놀 운동장도 없이 어떻게 교육을
시키겠어 안그려?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러사람을 찾아 댕기다가
이렇게 마지막으로 어르신을 찾아오게 되었슈
어르신의 저희 대성학원을 살려주심치고
저희들 갈증을 풀어주시유

살려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제 일년도 채 못되었지만
배우려는 학생들을 이대로 내팽개치기가
가슴이 저미는 느낌입니다.

어르신 사정 좀 봐주십시오

그렇게 해 대성학원 내가 인수할 것이야

감사합니다요

어르신께서 맡아만주신다면야
대성학원은 반석에 올라~?

그대신 두가지 조건이 있어

두가지 조건이라니요

학생들에게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몸을 튼튼히 하는 것도 중요한겨
공부 끝내고 나서 마음껏 뛰놀 운동장이
없다고 해서야 말이 안돼 그러니
학원 옆 땅을 사서
운동장을 늘릴 수 있도록 교섭을 해줄 것이
첫째 조건이야

예 틀림없이 그렇게 하겄슈

그리고 둘째조건은 장차 학생수가 늘어나면
교실이 더 필요하게 될텐데 지금같아선
천덕여당이 온통 차지하고 있어서 교실을
지어낼 여유가 없더라 이거여
그러니께 천덕여당 측에서 딴곳으로 이전을
해줘야겠다는게 둘째 조건이야

어르신 염려마십시오 지금 말씀하신
조건은 저희들이 학원측에다 얘기를 해서
꼭 만족스러운 답을 얻어놓겠습니다요

그럼 난 원래 배운게 없었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배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될거야
우리들끼리 얘기지만 우리가 독립을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겨? 아니지
백성이 깨우쳐야 해 일본사람들을 이길려면
우선 우리가 배워야 해

백번 천번 옳으신 말씀입니다요

난 조치원서 충남중학을 세울라다가 실패했고
청주는 나왔어도 사립학교 인가를 맡을려고
영감을 수십번 만나서 겨우 결재를 받았지 뭐여
자 이것들 봐 이 한장의 허가증을 얻어내려고 내가
노심초사한 일은 입으로는 다 말을 못해
총독부의 방침이라느니 서류가 미비하다느니
기본재산이 미달이라느니 시기가 좋지 않다느니
이 이상의 궁지없는 무덤 없다더니만
내가 내 돈내서 학교를 세우겠다는데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은가 말이야
그러나 그 속을누가 모르나 알고도 남아
조선사람은 천치같이 살아서 일본사람 종으로
살면 되었지 무슨 교육이냐 이거여
난 무식한 사람이라서 어려운 학문도 못 배웠고
깊은이론 같은 것도 몰러
하지만 한가지만은 알아 사람은 배워야 해
남자고 여자고간에 알아야 해
그러니 내년을 기해서 그러니께 1924년 3월부터
대성보통의 문을 활짝 열잔 말이야 알겄어?

예 알겠슈

그리고 학생들한테서 월사금 받을 생각도 말어

그럼 학교운영은 어떻게

무슨짓을 해서라도 내가 운영할테니께
똑똑하게 가르치기만 해
월사금 절대로 받아선 안돼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학과장님 우리 대성보통학교 교주십니다.

신교장 신교장은 지금까지
몇학교 교장직을 맡아오셨지요?

글쎄요
문의 미원 맹독? 한 여댓학교 되나봅니다

그 학교에서는 수험료를 받았나요
안 받았나요?

물론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성보통학교에서는 수험료를
안 받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이유라니요?

조선학교에 수험료를 안받고 통학시키는
학교는 없는 줄 아는데 유독 이 학교만이
수험료를 안받는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 아니요!

그건.. 저..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

그 이유를 묻는거 아니요!

이유?
내가 내 돈내서 내마음대로
학교를 이끌어 나가는데
무슨 이유가 있소?
그런거 없소

마음대로 학교를 이끌어 나가요?
당치도 않은 소리

그게 뭐가 잘못이오

이 땅의 모든학교는 조선총독각하의
지시와 ~를 받을 의무가
있다는걸 모르시는군

그게 무슨 말인겨?

예 법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월사금을 받고 안받고는
교주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조선총독부 부서결재를 받아야지
교주 마음대로 정할 수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겨 이제와서

월사금을 받으시오
신교장 아셨죠?

그렇지만 월사금을 낼 수 없는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알바 아니오

좋소 없는 처지에 월사금 받으면
학교형편도 펼거니께 받도록 해

예? 그렇지만..

그 대신 우리가 받아낼 수 없는 경우엔
부서가서 협조를 해야해 우리 대신
월사금 좀 징수해 달라 이거여
그런 협조도 없이 무턱대고
명령만 내리면 되는겨?
총독부서도 뭔가 도와줘야지

좋소 도와드리리다

어떻게요?

일년에 이백원씩 보조를 할테니
월사금을 받도록 하시오

예? 이백원이라니요

그것이 적다면 더 도와줄수도 있어요
아셨죠? 그럼 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교주님

그 작자 돌아갔소?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됐지 뭡니까?

그게 아니야 그 이백원은 된장 푸는 짓이야

된장을 풀어요?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는가
두고봐 간사들은 잔꾀라는걸 알게 될껴
사람은 남의 도움을 받게 되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게 내 신조이지만
대신 명분이 없는 돈은 안받는다는게
또한 내 신념이야 그리고 그 이백원은
받아도 안받은 것으로 알고
학생들만 열심히 가르쳐주라 이거야 내말은
모르고 삼켰다가는 목에 가시걸리는 법이야
이 세상은.

예 명심하겠습니다.

내년이면 대성보통학교가 개교 10주년이
되겠구먼 내손으로 학교를 꼭 세워야겠는데

학교라니요?

그동안 조치원에 연성학원
청주에 대성보통학교를 두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이미 남이 시작했던걸
인수받았고 학교 교사도 남이 쓰다버린
찌꺼기였잖소?
그러나 내 생각은 그게 아니야
내손으로 학교를 세워야겠단 말이야
어떤 학교가 좋을 것 같소?
신교장 생각은?

글쎄요 우리 충청도에도 이제 농업학교도 섰고
고등보통학교도 이미 섰고

상업학교가 없잖여

상업학교요?

보통학교를 나오면 저마다 능력에 따라
고등보통학교도 가고 농업학교도 가겠지만
유독 상업학교가 없다는게 께름칙혀

세울수야 있으면야 그 이상 갈길은 없겠습니다만

무슨짓을 해서라도 세워야 해
사람은 농사짓는 일도 중하지만
경제권도 잡아야 한단 말이야
~?이 무엇인가도 배우고 주판도 칠 줄 알아야
언제까지나 땅만 파먹을 참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신교장 지금 조선팔도의 땅이란 땅은 모두
일본놈들의 아래로 들어가고 있단 말이야
그걸 멍청하게 보고만 있을 순 없지
경제적으로 기반이 없는 백성은 남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놈들의 밥이 돼버린단 말이야
그러니 상업학교를 세워야겠어

설립자금이 여간 많이 드는게 아닐텐데요

오만원 있어 그리고 원산에 있는 동생한테
연락하면 언제든지 기금을 보내올껴
신교장 오늘중으로 당장에 원산으로 편지를 쓰시오
그리고 사립학교 설립인가 신청서를
어떻게 꾸미는지 총무과에다 문의하고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공립학교를 짓겠다면 몰라도
이 사립학교는

난 사립학교를 짓겠어
나와 내 아우는 진작부터 그렇게 언약을 한 바
있단 말이야 내가 내돈내서 내 아들딸
가르치는 상업학교를 세우겠다는데 누가 뭐라해
신교장 나와 내 아우는 우리 마음에 맞는
학교 아니면 안지을껴
학교는 사립학교라야 해 그리 알고
빨리 알아보도록 해
난 며칠 원산에 다녀올테니께

안녕하셨으매

시원혀

성님 청주땅서는 맛볼 수 없죠?
이런 공기

그려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인데서
살다보면 사람베포도 그렇게 커지는가벼

성님 누구 말씀이유?

누구긴 원산부자 김영근을 두고
하는 말이지

성님도 성님 제가 이 원산에 와서 돈 벌어들인
얘기하면 우습게 들릴거구먼유
곡물장사 어물장사 건어물장사 소금장사
닥치는대로 염치불구하고 했슈
처음이 문제지 한번 요령을 터득하니께
사람이 돈을 쫓는게 아니라 돈이 날 따라다니데유

그래 지금 얼마나 벌었어?

글쎄요 줄잡아 이백만원은 족히 될거요

이백만원?

예 원산일대에 깔려있는 토지며
사업서 나오는 세가 약 60여만원에다
은행에 예치한 돈이 30만원은 족히 넘으니께요
그 밖에 시중에 나돌고 있는 현금해서

정말 고생이었구먼

고생하기야 필차 누구요 성님도 그동안
청주서 고생해서 재산 불리셨잖아요
게다가 학교까지 세우시겠다니

모두가 똑똑한 동생덕분이지

성님 성님은 저에게 있어선 아버지에유

그래 생각해봤어? 그 학교얘기

상업학교 말씀인가유?

응 관청서 처음엔 한다는 소리가 공립학교 아니면
허가 못한다더니만 이제와선 사립학교 설립자금이
얼마나 비축되었는가 하고 은근히 협박하잖어
그래 이 상업학교는 나혼자가 아닌 우리 두 형제가
함께 세우는 학교이니만큼 정확한 액수는 지금
발표할 수 없다고 했지 뭐야

잘하셨어요 잘 될겁니다.

아니 어떻게 잘돼 까다롭기가 맨손으로
밤송이 벗기는 꼴인데 사립학교 설립인가 신청서를
부에 제출한지가 그 새 두달이나 지났는데
부서는 총독부로 가라 총독부 학무부서는 다시
청주로 가라 세상에 서류가 무슨 봉인가
허공서 떠돌아다니니 원

성님 그래서 제가 사람시켜 잘 알아봤더니 우연치 않게
임자 잘 만났슈

임자라니?

조선총독 부인의 양자 말씀이유

조선총독 부인의 양자? 그게 누구여?

이번에 새로 발령받은 황해도지사 강필성씨에요

그럼 조선사람 아녀?

예 그 강필성씨와 의형제간인 남백우이란 사람이 있는데
내가 전에 데리고 있었던 사람이구먼유

그래 그거 참 잘되었네

그래 그 남백우랑 강필성이가 총독부인한테 부탁을 했더니
염려말라고 하더래유

아이구 살았구먼 살았어

저도 그동안 사람 많이 부렸지만 이렇게 남의 덕보긴
머리털나고 처음있는 일이요

그런데 괜찮을까

뭘 말이유

네가 새학교를 세우겠다는데 하필이면 총독부인의
덕으로 세웠다고 함은

뭔 상관이에유

일단 배속에 들어가면 쌀밥이고 보리밥이고
똑같은데

그럼 설립기금은 얼마나 되는걸까

조치원 식산은행에 잠자고 있는 오만원하고
또 형님하고 저하고 1200석 내놓겠다면
어려울 것 없슈

암 그정도면 총독부서도 참견 못할겨

돈뒀다 뭘하나요 재앙을 만나면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돈 난 돈벌었지만 돈에 대해서
미련은 없슈 아낄 때 아끼더래도
쓸 때 쓸 줄 아는게 사내대장부 아니겄슈

백번 옳은 말이여 세상에서는 우리 두 형제뿐
돈벌어서 쓸 줄 모른다지만 주색잡기로 재산날리느니
학교 짓는데 쓰는게 얼마나 좋은가 말이야

그럼요 성님 저 수평선 좀 봐유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무서운 생각 안들어유?
저 말없는 바다의 힘 전 이따금 해변가에 나와서
저 넓은 바다를 보고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아유
참 산골서 자랐으면서도 저 바다가 좋아진게
이상하구먼유

이상하긴 우리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지내던 생각
안나?

형아 좀 쉬었다 가자



형아 저 산이름이 뭐꼬?

경계산 아이가

경계산? 산도 형제가 있다매

오른쪽이 형산이고 왼쪽이 동생산 아이가
옛날옛적엔 하나였는데 그 주변에 바다라 하더라

바다?

오야 저기 보이제 파란바다 저게 동해바다라 카더라
어느날 바다에서 용이 나타나 하늘나라로 올라감서
꼬리를 치는 바람에 그 산이 둘로 갈라져
형산과 동생산이 생겼다카더라

형아 저 형산에 올라가자 저기가믄 바다가 아주 잘보인다

바다가 더 잘보이면 어쩌겠노

넓은게 좋다

넓어도 니는 못간다

간다!

어디가노?

갈려면 간다

고집부리지 말거라 여기서 동해까지 얼마나 먼지 아나?

모른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노?

갈려고 마음먹으면 간다 나는 무엇이든 한다면 한다

정말이가?

나는 바다로 갈란다

산중에서 자란 다람쥐가? 우예 바다로 가노?

갈거다 넓은 바다로 갈거다 넓은 바다로 나가면
마음껏 갈거다 바다야~ 바다야~

제가 원산서 터전을 잡게 된것도 저 바다탓인지도 몰라유
바다는 알아줄거에유

그럼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바다가 알아줄껴
그렇다고 그걸 남들한테 알릴 필요는 없어
우린 열심히 벌어서 우리처럼 못배운 아이들에게
배움터를 지어주면 그만인겨

그럼요 성님 이번에 상업하교 세우고나면
여자중학교 세웁시다

난 공업학교를 세울참인데

공업학교 세우고나면 대학교도 세워유

대학교를 어떻게..

돈만있으면 학교야 얼마든지 세울 수 있잖아유

글쎄 그렇게는 안될껴

왜유

나이가 있잖혀

나이?

내가 지금 쉰이여 동생은 마흔여덟이고

십년뒤래야 환갑이신데 그때까지 안되겠슈?

될까?

괜찮아유 우리 대목표는 자식들에게 대물려서
학교 세우라고 하지유

자식들이라

예 어차피 성님과 전 새벽길을 떠나온 나그네가 아닌감

새벽길..

날이 저물때까지 갈 수 있는데까지 가유
가다가 못가게 되면 어느 주막집이고 찾아가유
날이 새면 또 가면 되고 말이유 안그래요?

영근아 넌 정말 난놈이여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시인이 되었을 것이구만

성님 오늘은 원산서 그 중 잘한다는 요릿집에 가요
우리 형제끼리 한잔 하십시다

술 잘혀?

잘 못마셔도 뱃속엔 담을 수 있어요 가요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