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전체기사

  • 청대신문
  • 전체기사
전체기사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사회】 우리도 학교 다닐 수 있나요? - 우리대학은 배리어NO프리존입니다
카테고리 사회
▲ 우리대학 민주광장이다. 배리어프리존을 만들기 위한 우리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 사진=맹찬호 부장기자


 우리대학은 정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언덕길, 보건과학대학에서 대학문화관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등 많은 경사로가 있다. 경사로뿐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과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는 건물 등 학교를 돌아보니 장애 학우들이 다니기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제대로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을까? <청대신문>에서 우리대학이 앞으로 장애 학우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 존재하지 않는 배리어프리존
 ‘배리어프리’란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치를 허물자는 운동을 의미한다. 이 운동은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설계’에 관한 보고서가 나온 이후, 일본, 스웨덴, 미국 등의 나라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우리대학의 배리어프리존 현황은 어떨까. <청대신문>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배리어프리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우리대학 모든 건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대학은 장애인 학우가 불편함 없이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 우리대학 배리어프리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대신문> 기자들이 만든 체크리스트다. / 인포그래픽=맹찬호 부장기자



 특히 교내 장애인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본래 목적을 잃은 채 창고 또는 세탁실로 쓰이며 방치됐다. 반면 교내 비장애인 화장실 대부분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는 학내 모든 학우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다.
 
 또한, 장애 학우가 교내에서 휠체어 이용 시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알아보고자 <청대신문> 기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교내 곳곳을 이동하며 취재했다. 실제 기자들은 휠체어 조작부터 어려움을 느끼며, 정문에서 중문까지 이어진 언덕을 오를 때는 가파른 경사 때문에 힘들어했다. 우리대학 재학생이라면 한 번 교내를 둘러보며 이러한 현황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 우리대학 어떻게 고쳐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대학 건물과 시설 대부분이 장애 학우들을 배려하지 않은 채 개설 또는 방치된 모습이었다. 취재 당시 가장 심각했던 건물은 공과대학이다. 공과대학 구·신관은 모두 지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공과대학 구관은 1979년, 신관은 1992년 준공됐다. 두 곳 모두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구관 출입문 경사로는 가파르고, 출입문 바로 앞은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었다. 또한, 모든 계단에 난간이 없어 추락 위험이 있었다. 신관은 출입문까지 모두 계단으로만 이뤄져 장애 학우의 건물 출입 자체가 어려웠다.

 

▲ 우리대학 예술대학 음악관이다.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장애 학우가 건물을 이용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사진=홍나은 기자


 예술대학 구관은 1989년에 준공된 건물이니만큼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예술대학 구관의 복도 넓이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지만, 중간중간 놓여있는 사물함과 설치물 등이 문제였다. 또한, 건물 입구가 계단이어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없다. 신관과 연결된 구름다리조차 계단이고 유도 블록이 없었다. 1990년에 준공된 음악관도 엘리베이터 없이 건물 입구부터 내부까지 전부 계단이었다.
 
▲ 우리대학 20여 곳 이상의 건물을 돌아다니며 배리어프리존이 있는지 확인했다. 교내 곳곳에서 장애 학우들이 이동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인포그래픽=맹찬호 부장기자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아예 없는 건물이 많았으나 있더라도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화장실 표지판 미설치 또는 불명으로 인한 인식 문제 ▲기물 파손 문제 ▲장애인 화장실과 상관없는 짐이 쌓인 채 방치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건물 내 모든 층이 아니라 특정 층에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각 장애 학우는 유도 블록을 통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학내 건물 내·외부 모두 점자 유도 블록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아 본래 기능을 수행하기 힘든 상태다. 외부 유도 블록은 그 수가 적고, 파손된 부분이 많았다. 내부 유도 블록도 문 앞, 화장실 앞, 엘리베이터 앞 등에만 설치돼 있었다. 따라서 교체 및 추가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건물 계단과 복도 모두 미끄러지기 쉬운 공간이기에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미끄럼 방지 패드가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 건물 계단과 복도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가 없었다. 휠체어 완강기와 시각화재 경보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건물을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면 더더욱 휠체어 완강기 설치가 필요하다. 시각화재경보기가 없다면 화재 시 청각 장애 학우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건물마다 시각화재경보기를 적어도 하나씩 배치해야 한다.
 
 대면 수업 진행 시 학내식당은 학우들이 많이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학내식당에서 확인해야 할 점은 식당 입구 경사로다. 대학문화관 내 식당은 입구 앞에 경사로가 없었다. 반면 기숙사 식당은 경사로와 계단이 함께 존재했다.
 
 그렇다면 기숙사 식당 외에도 기숙사 건물에 장애 학우들을 위한 시설이 있을까. 기숙사 건물 입구에는 계단과 경사로가 함께 설치돼 장애 학우들도 쉽게 다닐 수 있었다. 우암마을, 국제학사, 진원관 건물 내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예지관에는 없었다. 그러나 진원관은 휠체어가 탑승하기 부족한 공간이었다. 국제학사에서는 다른 기숙사에 없는 장애인 전용 출입구와 화장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학내 장애인 학우들을 위한 지원
 2021학년도 1학기 기준 총 11명의 장애 학우들이 우리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중 장애의 정도가 심한 1급에서 3급에 해당하는 학우는 총 3명이다. 우리대학이 장애 학우들의 학습권을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우리대학 장애학습지원실 이연희 팀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연희 팀원은 “장애학습지원실이 장애 학우들에게 지원하는 사항 중 첫 번째는 우선 수강 신청이다”며 “장애 학생 본인이 원하는 시간표를 작성해서 보내주면 학사지원팀에 연락해 우선적으로 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답했다. ‘수강신청 우선권’의 경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 일부 장애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장애 학생들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팀원은 두 번째로 ‘도우미제도’를 언급하며 “이는 장애 학생 중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학우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 학생 도우미는 같은 강의를 수강해야 하며, 대부분 같은 과 동성 학우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 도우미 학우는 사전교육을 거친 후 활동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우리대학 장애학습지원실에서는 장애 학우들에게 ‘희망 장학’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 팀원은 “국가장학금이나 성적장학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중 수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학습 보조기기 지원’에 대해 얘기했다. 이 팀원은 “학생이 보조기기 사용을 신청하면 협약을 맺은 대학에서 대여 또는 구매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지난 2월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발표했다. 실태평가는 343개 대학의 423개 캠퍼스가 참여했다. 그 결과 등급별 ‘최우수’, ‘우수’, ‘보통’, ‘개선요망’ 수준 중 우리대학은 등급(100점 만점) 65~80점 미만인 ‘보통’ 수준의 결과가 나타났다.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와 우리대학 장애 학우 학습권·이동권 등 전문적 의견을 들어보고자 우리대학 사회복지학과 김현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대학이 평가에서 ‘보통’ 수준을 받은 이유에 관해 묻자 사회복지학과 김현진 교수는 여러 가지 이유를 꼽았다. 김 교수는 “우선 우리대학의 입학전형에 장애 학생 전형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라며 아쉬운 내색을 표했다. 그리고 실태평가 감점 요인으로 “우리대학에 전담부서, 전담직원이 없는 이유도 있다”며 “현재 우리대학은 학생종합상담센터 직원이 겸직하고 있어 중점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애 학생이 입학한 경우의 장학제도나 학습권 보장, 생활 만족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에 대한 만족도는 개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학교생활 적응과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교직원 선생님들의 노력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이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 ‘보통’에서 ‘최우수’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집중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은 무엇이 있을까. 김 교수는 “앞서 말한 입학전형 마련, 전담부서 및 전담직원 배치 등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전반적인 장애 학생뿐 아니라 학교에 재학 중인 소수 학우에 관한 관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교내 소수 학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해 학생과 교직원의 관심, 인식개선, 지원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0년은 2017년에 비해 전체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평가에 참여한 캠퍼스 총 423개 중 ‘최우수’ 등급은 39개(9.2%)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있다는 결과”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학의 전반적인 지원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집중적인 예산 투입이 가능한 국립대학 몇 곳을 제외하면 지원체계를 잘 구축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장애 대학생 교육지원 수준 평균 점수 국·공립대학(78.5점), 사립대학(69.1점)으로 국·공립 대학이 사립대학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학교의 관심과 투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심사 요소 중 ‘시설·설비’가 있다. 그만큼 교육복지지원을 판단 시 ‘장애 대학생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가 실현된 시설, 설비가 이용되고 마련돼 있는지’가 중요한 사안이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장벽 없는(barrier free)’ 학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아가 “물리적인 장애물뿐 아니라 심리적인 장벽을 제거하는 것도 배리어프리가 가진 중요한 가치”라고 답하며 배리어프리에 담긴 가치를 재정비했다.
 
 이어 <청대신문>에서 조사한 ‘우리대학 장애 학우 이동권 조사 자료’에 대해 김 교수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이 그대로 담긴 것”이라고 답하며 “학교의 관리 문제뿐 아니라 사용하는 구성원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며 “이동 약자나 환자 등 누구든 불편한 사람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대학 수업운영 지침에 따라 비대면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 장애 학우의 학습권에 대해 김 교수는 “다른 어느 대학보다 우리대학의 비대면 학습환경은 잘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장애 유형에 따라 다양한 학습 보조 기기들을 지원하며 학교에 비치된 기기가 없는 것은 지역 자원을 연계해 마련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 강의 수강에 대한 장애 학우 학습권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학습 보조기기로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수업 담당 교수의 관심과 노력, 장애 학생의 불편을 함께 해소해 줄 동기, 선후배들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우리는 모두 언제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먼저가 아니라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늘 도움만 받거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잘해나가는 이들이 더 많다. 더 이상 사회가 장애인을 분리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사회복지학과 재학생이 바라본 교내현장 
 사회복지학과 전공자가 생각하는 교내현장은 어떨지 궁금해 직접 우리대학 신희주(사회복지학과·3) 학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전공자의 시선에서 봤을 때 우리대학은 배리어프리존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교내 언덕길은 모두 경사도가 심해 휠체어를 이용하여 다니는 학우뿐만 아니라 보행이 곤란한 학우도 교내를 다니기에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교내 장애인 학우를 위한 지원 제도에 대한 전공자의 생각에 관한 질문에는 “장애인 학우를 위한 지원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만, 홍보나 접근성이 어렵다는 점이 아쉬운 것 같다”며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우리대학이 개선해 나가야 할 책무”라고 얘기했다.
 
 그는 “장애인 학우들의 시설 이용권과 접근권도 보장해줘야 하며 장애인의 완전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장애인 학우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방향으로 우리대학이 개선되길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배리어프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배리어프리는 말 그대로 장애인들도 자유로운 세상에 살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금 장애 학우들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다니는 건 당연한 권리다. 이를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물리적·제도적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장애인의 ‘삶’이 달린 문제라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배리어프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일한 권리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맹찬호, 박성연, 이정은, 홍나은 기자>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