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전체기사

  • 청대신문
  • 전체기사
전체기사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청암로】 불완전한 20대를 잘 흘려보내기 위해선
카테고리 칼럼

 ‘큰맘 먹고 세차하면 비 오고 소풍 가면 소나기 급하게 탄 버스 방향 틀리고 건널목에 가면 항상 내 앞에서 빨간불’ 어릴 적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방영하던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오프닝 노래다. 그땐 그저 웃긴 가사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젠 저 가사가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마냥 웃기지 않다. 세상일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고, 많은 변수와 어긋나는 계획들을 맞서 싸우며 살아간다.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 도착해 사장님과 먼저 나누는 이야기는 ‘그날 원두의 그램 수’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고 저울에 원두의 무게를 잴 때 최대한 그램 수에 맞춰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그다음 저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동안 그램 수와 초를 계산하며 가만히 지켜본다. 카페마다 상이하겠지만, 우리 카페에선 25초에서 30초 사이에 추출된 40그램의 에스프레소가 가장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매번 딱 맞추기란 어렵다. 그라인더의 분쇄도와 커피머신은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예민한 기계다. 게다가 다른 메뉴를 같이 준비하는 동안 추출 과정을 내내 지켜보기는 어렵다. 이때 초 수와 그램 수가 초과된 에스프레소는 맛없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주기에 과감히 버리고 다시 원두를 갈아낸다.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다. 모든 취재가 순조롭게 진행돼 한시름 놓았다가도 결정적인 취재원이 인터뷰를 거절해버리면 기사를 통째로 날려버리게 된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고생을 생각하며 기사를 끌고 갈 수도 있지만, 필요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으니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진 기사라고 판단된 이상 진행할 순 없다. 

 이 모든 상황에선 후회와 허탈함의 감정이 동반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너무 느리고,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빡빡한 사람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 늘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내기란 참 어렵다.

 <청대신문> 956호 추천영화도서 기사에 인용된 영화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바비도 결국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약해도 되고, 괴로워도 된다는 것, 그래도 바비는 바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결말에서 바비는 바비이고 켄은 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를 보며 여성과 남성이기 이전에, ‘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세상은 일분일초마다 빠르게 변하고 변수는 무한하며 20대 초반의 경험과 지식은 짧고 미천하다. 계획한 삶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빠른 대처가 어려울 수 있고, 마음이 크게 동요하고, 정신 차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20대 우리의 존재가 안개 낀 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존재는 ‘별’ 그 자체이고 ‘안개’는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안개가 낀 것처럼 불투명한 인생 속에서 별은 흐리게 보이기 마련이다. 이때 굳이 안개를 걷으려 하기보다 안개 낀 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개구리 중사 케로로' 노래처럼 힘들어도 밝은 얼굴로 웃어보자. 내일의 하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다시 마음을 다져본다.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