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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젊은함성】 우리는 말 없는 의자
카테고리 여론

 두세 시간씩 의자에 가만히 앉아 강의를 듣다 보면 가장 기다려지는 말이 있다. 바로 “질문 있나요?”라는 말. 교수님께서 강의를 끝내기 전 꼭 하시는 한 마디이다. 대학을 약 3년간 다닌 내 기억으로 이 말은 대체로 모든 교수님이 강의를 끝내시기 전 학우들에게 꼭 질문을 하셨다.

 나는 대학이라는 장소에서 나오는 “질문 있나요?”라는 말이 세상 가장 신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말보다 수용적인 말이지만, 듣는 자들의 보수적 반응도 끌어낼 수 있는 한 마디이기 때문이다. 떠올려 보자. “질문 있나요?”라는 말을 듣고, 손을 든 사람의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 나는 이 현상이 한국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 있지는 않을까 감히 추측한다. 대한민국은 ‘고효율’을 사랑하는 나라지만, 무지함은 부끄러움으로 아는 나라다. 이는 대체적인 한국인의 육아 방식에서 쉽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다. 폭력은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즉각적으로 감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단시간 고효율을 사랑하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인 한국인들은 아직도 매를 꽤 사랑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오랜 시간 무지에 대해 질타를 받으며 살아왔다. 어렸을 땐 본인도 모르는 문제 행동의 원인이 매로 가려져 자신의 성향 등을 알 기회를 잃었고, 청소년기에는 문제의 답을 모르면 질타받았다. 또한, 성인이 된 지금은 일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대체로 언어적 질타를 먼저 받는다. 이를 피하고자 대부분의 사람은 학습과 사고가 아닌 암기라는 생존방식을 택해 왔다.

 이런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문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걸지도 모른다. 질문은 알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즉 질문이라는 행위는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적 분위기는 은연중 무지함을 창피로 여기고, 단시간 고효율에 익숙해져 버린 걸지도 모른다. 자신을 비롯한 학생들이 강의실 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에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구본영<영어영문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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