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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암로】 참된 인간(人間)이 곧 참된 선배(先輩)가 된다.
카테고리 칼럼

 기사 발행을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원인과 정체가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쌓인다. 학보사 내 모든 선배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기에 현재 편집국장의 자리에선 마땅히 조언을 구할 어른도 없다. 그럴 땐 마음이 버스럭거려 학보사 암실을 찾는다. 깜깜하고 케케묵은 그곳엔 2019년도까지 발행된 <청대신문>의 종이신문이 쌓여있다. 5년 전, 10년 전 그보다도 더 이전의 이맘때,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혜안을 찾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때의 기사를 주섬주섬 찾아 읽는다. 그러다 ‘감히 선배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강렬한 제목의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개강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발생한 군기 잡기와 폭력에 관련해 작성한 기사였다. 해당 지면의 한 단락엔 이런 글이 담겼다. 

 ‘선배란 지위, 나이, 덕행, 경험 등이 자기보다 앞서거나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몇몇 군기를 잡는 이들에게는 선배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한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선배들이 오히려 대학사회에서 수직적으로 군림하려고만 한다’ 이 글을 읽고 최근 후배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 진짜 왜 이래’ 후배가 학과 단톡방을 확인하고는 황당해했다. 엠티에 참석하는 학우들은 장기자랑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는 선배의 공지 때문이었다. 장기자랑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우리도 하는데 왜 너희가 못하냐’는 식으로 맞받아쳐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후배는 장기자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엠티에 불참해야만 했다. 이러한 불만은 비단 내 후배만 가졌던 것은 아니다. 최근 엠티를 떠나는 몇몇 학과에서 엠티 필수참석 및 장기자랑 강요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학과의 전통이라며 보기 좋게 포장된 문화는 때론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끈끈한 동기애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강제성을 띠는 참여 유도로 해당 문화가 불편함과 불쾌함을 동시에 준다면 이는 분명 바뀌어야만 한다.

 ‘선배 부심’의 근원이 그저 대접받고 싶다는 못난 권위 의식에서 시작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권위는 자연스레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타인인 후배가 선배를 보고 배울 것이 있다는 판단이 들 때 진정한 권위가 생기는 법이다. 나이 몇 살 더 먹었다고, 대학에 좀 더 일찍 들어왔다고 압도적인 레벨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부지런히 사유하고 돌아볼 줄 아는 자만이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기억하자. 우리도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밤잠 설치던 신입생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은 후배의 기강이 아니다. 대학이라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방황하는 이들의 두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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