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칼럼

  • 청대신문
  • 칼럼
칼럼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산책길】 휩쓸린 나의 어린 시선, 반지하
카테고리 칼럼

 어릴 적 내 친구의 집은 반지하였다. 그때의 어린 나는 ‘반지하’라는 이름이 멋있게 느껴졌다. 반만 빛이 들어오는 곳. 이 말은 반은 어둠이라는 것 아닌가.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빛과 어둠에 홀렸던 꼬맹이는 ‘반지하’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꿈꿨던 반지하는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에 휩쓸렸다. 이에 서울시는 반지하 대책을 내놨다. 그 내용은 ‘반지하 신축 금지 및 20년 안에 기존 반지하 퇴출’과 ‘반지하 거주자 공공임대주택 이주 지원’이었다. 하지만 정말 반지하를 20년 안에 없앨 수 있는지, 거주자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모두 옮기는 것이 진정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지하 포함) 거주 인구는 모두 32만 7,320가구다. 이중 서울 반지하 가구는 20만 849가구다.

 반지하의 이점은 명확하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주거 환경은 열악하지만, 평수가 넓은 곳에서 비교적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나마 일자리도 많고 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 돼 이를 누리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인 가격이 싸지는 않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조사 결과 서울 소형 빌라(60㎡) 반지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12일 기준 1억 1,497만 원인데, 서초구는 무려 1억 7,665만 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월세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평균 38만 7,000원이며 강남구는 평균 59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이 가격은 계속해서 매해 오르고 있다.

 이들이 반지하에 살고 싶어서 살겠는가. 반지하가 아니면 서울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들을 옮기겠다고 했지만, 과연 서울시가 20만 가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며 이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생각한다.

 반지하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며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정부는 함부로 이들에게 나가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이 반지하에서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기준 미달인 반지하는 주거용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주거 환경을 위한 법을 강화하고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이준선 부장기자>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