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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암로】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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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가 4.16해외연대의 지하철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게재를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이 표출돼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며 광고를 심의한 외부위원 9명 만장일치로 승인을 불허했다”고 4.16해외연대에 통보했다.

 하지만, 4.16해외연대가 심의를 신청한 광고에는 노란색 상의를 입은 학생들의 팽목항 등대를 배경으로 ‘지금도 알고 싶습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살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광고의 내용이 일반적인 추모에 가깝기에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의아함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교통공사는 광고심의위원장 등 외부위원 9명의 ‘의견광고’ 심의 의견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의견광고는 ‘개인 및 조직체가 중요 사안 및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 광고’를 뜻한다. 지하철 의견광고는 외부 인사 10인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외부광고심의위원회’가 게재 여부를 심의하는데 이때 체크리스트 평가표가 활용된다. 심의위원 명단과 심의 내용은 공정한 심의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의 의견광고 승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주요 심의 의견 중 추모 광고가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된다는 결정은 매우 비겁한 행위였다.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추모 광고에 중립이라는 단어, 특히 그 앞에 수식적으로 정치적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비겁한 이유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또한, 어느 위원의 불허 사유 중 ‘세월호 사건은 이미 법원 및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사실관계가 소명된바 더 이상의 진실 추구 행위는 사회적인 비용만 증가시키는 행위’라는 판단을 보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임을 알고 저런 의견을 냈을까.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이야기를, 공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공공기관이 사회적 비용을 운운하며 묵살한 행위야말로 진실 규명에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게 피해자들은 5년간 항상 누구 뒤에 숨기만 했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임기 마지막 4월 16일을 보내는 대통령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 슬픈 마음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는 사회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8년이 지났다. 스물여섯의 나이가 돼버렸다. 304명의 꿈과 미래가 여전히 그려지고 있었다면 우리 사회는 어땠을까. 8년 전 세월호 안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장면을 보며 “미안해. 꼭 밝혀줄게. 꼭 다른 세상 만들게” 했던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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