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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암로】 가슴속의 중간지대
카테고리 칼럼

 갓 태어난 식물을 하나 기르고 있다. 식물을 키울 때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물을 얼마나 줘야 할지, 햇빛은 얼마나 쐬어 줘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 물의 양을 계산하지 않고 애정을 부어주기도, 햇빛이 잘 드는 공간을 찾아 따스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안간힘을 다해 꽃망울을 만들어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존댓말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높임말이다. 반말은 친밀한 관계일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언어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조금만 가까워지면 “말 편하게 할게”라고 관계를 정리해버리는 사람이 보인다. 사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존댓말을 비롯한 여러 격식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은 그와의 사회적인 관계에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말도 안 되는 비판을 받아 그와의 관계에 벽을 높게 세웠다. 상식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논리가 정당하다고 끝까지 우기며 거짓이 가득한 주장에 더 이상 그 인간과의 교류에 문을 닫았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여러 시도를 해왔지만 나와 그 인간의 ‘결’이 다르다면 성품의 바탕에 색을 입힐 필요가 없었다. 난 지금까지 헛된 수고를 통해 내 감정을 낭비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상대방과의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매우 간단하다.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허물’을 보여주면 된다. 분노가 막연한 세상에서 상대방에게 역설적인 격식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목말라 있는 화분에 물을 주듯,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중, 갓 대학 입학 후 학보사에 입사해 기자를 꿈꾸고 있는 한 청년이 떠올랐다. 가슴 한 구석에 장작 부딪치는 불꽃이 보였다. 시간이 흘러도 따듯하게 불씨를 옮기며 꿈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벽이 너무 높아 책상을 치며 통곡했다. 오로지 학생을 위한 대학이라면, 서로의 중간지대를 찾아 학생들이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막중한 책임 아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단말마적인 척박한 상황 아래에서도 좋은 전통을 유지하고 더 빼어나게 생각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붓이 꺾이는 날이 찾아와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저 들판 위에 잡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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