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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헌책방의 기억, 독립서점의 치유 - 다채로운 독서의 가치
카테고리 문화
▲ 상당공원에 있는 헌책방과 독립서점 지도를 제작했다./ 인포그래픽= 장은영 기자, 지도 출처=네이버 지도
 
 대형서점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동네 책방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 여전히 주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동네 책방이 남아있다. 책방의 매력을 전하고자 기자가 직접 헌책방과 동네 책방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 독서 문화의 다양화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 아이템이 획일화된 요즘, 대형서점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자책이 활성화되고 스마트폰 어플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지며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하루 만에 책이 배송되고 있다. 이처럼 종이책이 아닌 또 다른 유형의 독서문화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그중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휴대하기 편리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 이용도가 높다. 듣는 오디오 북 또한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멀티태스킹 특성을 가진 채 색다른 책 문화로 활성화되고 있다.
 
 성인 6,000명과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년 전 설문조사에 비해 각각 7.8%, 2.2권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16.5%로 2017년보다 2.4% 증가했다. 이처럼 종이책의 독서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증가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책과 듣는 오디오 북의 비중이 늘어났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0년 출판통계시장’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온라인 서점의 이용률이 증가하며 책 분야별 판매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또, 전자책, 오디오 북의 비약적 성장 등 도시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독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종이책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었으며 전자책과 듣는 오디오 북을 이용하는 독자들은 많아진 셈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감성을 살린 동네 책방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동네 책방은 사람들에게 잠시 들러 휴식과 영감을 주는 장소로 자리 잡아 독자들에게 차가운 도시 생활 속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청주에도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헌책방과 독립서점이 곳곳에 있다.


▲ 대성서점 안에 다양한 헌책들이 쌓여 있다./ 사진=장은영 기자
 
∎ 책의 다양한 존재 가치, 헌책방
 대성서점은 청주 중앙시장 북문로의 헌책방으로 47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 직접 찾아가 본 대성서점은 지면부터 천장까지 사람들의 손때묻은 흔적의 헌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변화하는 사회 속 47년의 세월을 유지하고 있는 헌책방 대성서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사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74년도부터 열기 시작했으며, 과거 대성여중, 대성여고 옆에서 시작해서 ‘대성’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여러 곳을 오가다 청주가 교육도시이기도 하고 인심의 후함을 느껴 청주로 넘어와 서점을 열었다”며 대성서점의 첫 시작을 소개했다. 
 
 헌책은 새 책과 달리 사람들이 몇 번 사용한 책으로 많은 이들의 흔적이 담겨 있다. 대성서점에 있는 헌책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게 됐을까. 그는 “옛날에는 학생, 손님들이 책을 가져오거나 고물상들이 집에서 책이 나오면 서점에 가져다줬다. 하지만 현재는 책이 나오질 않아 고물상마다 직접 수집하러 간다”라며 헌책이 예전만큼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더불어 대성서점은 백과사전과 같이 없는 것 없이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책들이 있다며 종류별로 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요즘은 큰 어려움 없이 책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책값이 비싸 구매하기 어려웠다. 그는 “옛날에는 풍족한 세월이 아니다 보니 남의 책을 빌려 봤다.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한 세월이라 헌책은 접하기 쉬웠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헌책방 골목까지 생겨나며 많은 이들이 찾았다. 그는 “80년대에는 점심도 먹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많이 왔다” 그러면서 “헌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라며 책이 귀했던 과거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는 “책을 좋아하시는 몇 분만이 왔다 갔다 할 뿐 많지 않다”라며 과거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소개에 관해 묻자 그는 책 ‘복천사지’를 꼽았다 “이 책은 한글 창제의 시초가 담긴 책인데, 50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이 책에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직접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어 헌책방 현 운영상태에 관해 묻자 “사업장으로 아주 큰 돈을 벌진 못한다”라며 헌책방 운영의 어려움을 표했다. 
 
 모든 것이 쉽게 사라지고 바뀌는 시대에 47년 동안의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 묻자 “책이 좋아서 47년 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답하며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대학교수님들이 찾아오셔서 사학, 고고학책을 찾는다”며 “전문적인 책을 정확하게 보고 가시는 손님들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하며 과거 추억을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평소 대성서점을 찾는 손님과 앞으로 찾아오실 손님들에게 “좋은 책 많이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라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책을 안겨드리는 게 우리의 임무다”라고 말했다.
 

▲ 지난 12일 달꽃책방카페 사장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장은영 기자
 
∎ 책의 다양한 존재 가치, 독립서점
 ‘달꽃책방카페’는 우리대학과 가까운 성안길 상가 2층에 있다. 현재 책방을 운영하는 이주연 씨는 우리대학을 졸업한 조경학과 89학번 선배다. 오랫동안 달꽃책방카페 단골이었던 이주연 씨는 재직하던 건축직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그저 즐겁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전 사장님에게 책방을 인수인계 받았다. 
 
 달꽃책방카페는 독립서점과 카페의 신선한 조화가 눈길을 끈다. “요즘에는 독립서점과 카페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보다 이왕이면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편안하게 오셔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달꽃책방카페, 이름이 참 독특하고 예쁘다. 책방의 이름은 현 사장인 이주연 씨 이전에 운영한 사장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달꽃은 달무리의 방언이다. 달무리는 달이 있고 그 빛이 달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빛을 의미한다”며 “전 사장님이 달을 참 좋아하셨다. 달의 좋은 영향력을 달빛이라고 봤을 때 그게 달무리를 통해서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간다고 생각했고, 이 공간도 어떤 형태로든 좋은 영향력이 서서히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하셨다”고 전했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만큼의 책으로 채우기보다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 비치된다. 달꽃책방카페 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다루고 있을까. “이전 사장님은 마음을 건드려 움직일 수 있는 컨셉으로 2년을 운영했다”며 “사람은 누구나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 내면에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그 힘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전 사장님이 만들어준 좋은 흔들림과 그 속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책으로 도와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어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저마다 삶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거기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주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며 “내가 이정표를 제시하기보다 이 공간에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줄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을 지킬 수 있는 책들을 비치해두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달꽃책방카페의 장점은 책과 커피를 같이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어 책방 주인의 운영철칙인 기본에 충실 하자는 마음가짐은 장점을 더욱 극대화한다. “운영철칙은 ‘기본에 충실하며 정성을 들이자’ 이 정도다. 좋은 원두와 좋은 우유를 사용하고 커피 한잔이라도 되도록 정성 들이며 친절함도 겸비한다”며 이주연 씨는 카페 다니기를 좋아했던지라 본인이 카페에서 원하는 것을 손님에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책방에서는 기본적인 독서 모임과 더불어 영화감상, 그림책 그리기, 시 낭독,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모임에 올 땐 수다 떨러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남을 흉보는 얘기가 많다. 당시엔 신나게 떠들다가도 얘기를 다 하고 나면 기분이 안 좋아 지더라. 그런데 여기 와서 영화모임, 시 낭독을 하다 보면 잠시 그것을 잊고 문화를 살짝 즐기는 대화를 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집에 갈 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임은 힐링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매개체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뜻을 전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 먹고살기 힘들다. 그러면 적게 먹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잘 벌면 얼마나 좋을까” 성안길은 청주의 시내로 통용되는 거리로 카페가 많다. 이 점을 언급하며 하루에 달꽃책방카페에 방문하는 사람은 두, 세팀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19의 가세로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손님 한명 한명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안전한 곳에 숨어서 추이를 지켜보고, 말 그대로 ‘존버 중’이라는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이주연 씨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기준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여운이 길게 가는 책”이라며 “최근 책방 모임에서 다뤘던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추천한다. 우리대학 신입생 시절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의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출판물 중에 ‘몽중인’이라는 시나리오 단편선을 읽고도 한동안 여운에 헤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에게 자주 와주시고 모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독서를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냥 재밌어서 읽는 거다. 그리고 모든 모임의 특징은 완독이 필수가 아닐뿐더러 자기소개도 없다”며 “모임을 문의하는 분들은 많지만, 선뜻 나오는 분들이 많지 않다. 거창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으니 일상에서 자신을 위해서 원한다면 편하게 찾아와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성연, 이아연, 장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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