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칼럼

  • 청대신문
  • 칼럼
칼럼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청암로】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카테고리 칼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났다.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TV 방송이 많아지고, ‘애완동물’과 ‘주인’이라는 말이 ‘반려동물’과 ‘보호자’로 바뀌고 있는 때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 수는 638만 호다. 이는 2018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동물 학대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우리 사회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정확히는 현행민법상 여전히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민법 제98조는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의 생명권이 보장되지 않고 일반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법은 동물 학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 남성이 아내와 자신의 손가락을 문 반려견을 집어 들어 벽에 던지고 주먹으로 배를 때려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처벌은 벌금 300만 원에 그쳤다. 
 
 앞서 말했듯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였음에도 여전히 실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본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죽거나 학대당해도 피의자에게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뿐이다.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시 처벌도 더 어렵다. 내 가족의 죽음이 아니라 그저 물건을 잃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됨에 따라 압류 등 강제집행이나 담보 설정 대상이 된다. 그 외에도 반려동물 양육권에 대한 문제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 관련 법제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된 논제이며, 실제로 법 개정이 이뤄진 곳들도 있다. 1988년 오스트리아에서 최초로 민법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위와 동일한 내용을 선언했다. 프랑스 신형법 R655조에는 ‘동물살해죄’를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작가, 인문학 교수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회적 공존, 1인가구’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이 논의됐다. 이는 정부가 반려동물을 물건에서 분리하기 위한 법 개정을 착수했다고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 법이 내 가족을 보호할 수 없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당연히 불안할 것이다.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동물이 그저 물건으로만 취급됐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변화를 맞이하기 적절한 시기가 왔다. 수십 년간 물건으로 여겨지던 동물에게 생명체라는 이름이 주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