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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웹툰계의 끊임없는 논란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나
카테고리 문화
네이버 인기 웹툰 ‘헬퍼 2:킬베로스’의 팬 커뮤니티에 해당 웹툰에 드러난 왜곡된 여성관을 지적하는 남성 팬들의 공식 성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SNS에서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웹툰 선정성 및 폭력성 민원은 지난해 133건에서 올해 153건으로 증가했다. 웹툰 내 발생하고 있는 성 평등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웹툰 규제 및 해당 문제에 대한 대응 상황을 살펴보자.
<편집자주>


∎ 논란 속의 웹툰 내 혐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작가 삭의 ‘헬퍼 2: 킬베로스’가 여성 혐오와 인기 연예인에 대한 희화, 미성년자·노인 등에 대한 폭력을 묘사해 논란이 됐다. 해당 논란은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된 ‘헬퍼 갤러리’에서 여성 혐오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헬퍼 2의 작가는 “악당들이 얼마나 악한지 알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런 장면들이 그려져야 했다”며 연재 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휴재를 결정했다. 네이버 웹툰은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님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헬퍼 2뿐만이 아니다.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웹툰이 성 차별적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웹툰 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은 여주인공이 회사에 채용된 이유를 팀장과의 잠자리를 가진 것처럼 그려 논란이 됐다. ‘연애혁명’에서는 여성의 옷에 생리혈이 묻자 남성이 자신의 옷으로 가려주는 상황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상황을 모르는 친구들이 ‘아껴뒀다 꺼내먹겠단 소리 같은데’라고 말해 문제가 됐다. 또한, 다음 웹툰의 ‘소녀 신선’은 나무꾼의 엄마가 선녀에게 집안일을 못한다고 구박하며 가부장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SNS에서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해시태그와 함께 ‘19금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혐오적 연출을 마음껏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표현의 자유는 인권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등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웹툰계의 여성 혐오 표현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웹툰은 검열 강화로 대응했다. 여성의 몸이 드러나거나, 폭력적인 장면, 흉기가 나오는 장면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또 다른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 ‘오늘의 웹툰 검열’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하나 올라왔다. 네이버 웹툰 측이 검열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가렸지만, 남성의 몸은 가리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된 것이다. 댓글들은 “성별로 기 싸움을 만들려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면 다른 나라의 하위문화를 절대 못 이긴다” 등 웹툰 검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현 웹툰 규제 사항
2018년 10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국제 민간운동 단체인 서울YMCA가 네이버 만화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는 작품 중 요일별 조회 수 상위 36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108개의 여성 캐릭터 중 22명(20.4%)의 특정 신체가 부각돼 그려졌다. 특히, 판타지(34.6%)와 순정물(28%)에서 이 같은 그림체가 다수 확인됐다. 성 평등적 내용이 9건인데 반해 성차별적 내용은 45건으로 무려 5배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1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모지상주의 조장 10건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 9건 ▲여성의 주체성 무시 4건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행동 무분별한 사용 3건 ▲선정성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웹툰은 2012년 처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의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작가의 창의성과 웹툰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심위는 그해 4월 한국만화가협회와 웹툰 자율 규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방심위는 웹툰 관련 민원을 받으면 한국만화가협회가 만든 심의기구인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이하 위원회)로 보낸다. 위원회는 심의 후 문제가 된 웹툰의 플랫폼으로 서비스 종료, 청소년 접근 제한, 성인 인증 권고, 연령 등급 조정, 내용 수정 등 다섯 가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심위가 직접 안건을 상정해 추가 조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자율 규제를 도입했지만 표현의 자유 범위와 관련해서는 논의되지 않아 혐오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플랫폼들은 내부 기준에 맞춰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사과문을 올리고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만 발표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들은 작가들로부터 원고를 출고 하루나 이틀 전에 받고 있어 내용을 살펴보고 수정사항을 반영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사실상 피드백은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표현의 자유와 법적 규제의 대립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산하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가 웹툰 작가들에게 ‘성평등한 작품을 위한 주의점’을 권고했다. 일부 독자들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강제 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어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웹툰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투쟁해 얻어낸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웹툰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는 트위치 방송을 통해 “만화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며 “자기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면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고 네이버 웹툰은 혐오, 선정성, 폭력성에 대한 부분에서 모자이크와 일부 삭제를 진행했다.

2013년 1500억 원에 불과했던 한국의 웹툰 시장이 1조 원(2019년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또한, 웹툰이 게임·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커진 만큼 독자들의 취향과 요구는 다양해졌다. 시대가 바뀌며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차별과 혐오의 표현 기준에 대한 독자와 작가 간에 합의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윤지, 김다솔,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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