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문화

  • 청대신문
  • 문화
문화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문화】 국산 애니메이션 이대로 괜찮은가
카테고리 문화
둘리, 뽀로로, 빼꼼, 라바 등은 학우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겪은 추억의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이러한 국내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발전의 중심에는 방송 총량제가 있다. 그런데 최근 방송 총량제 폐지가 언급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둘러싼 현실을 알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자.
<편집자주>



∎ 추억 속 캐릭터의 등장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추억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속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이른바 ‘둘리 챌린지’가 시작된 것이다. 각자의 화풍으로 그려진 캐릭터들과 함께 ‘#둘리챌린지, #애니메이션 총량제 폐지반대, #총량제는 규제가 아니라 보호입니다’ 등의 해시태그가 언급됐다. 둘리 챌린지는 ‘방송 총량제 폐지’를 반대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을 지키고자 시작됐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방송 총량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00년대 이전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벌 수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해외 애니메이션 시리즈물 작업을 돕는 하청외주작업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했고, 하청에서 창작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 총량제는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안정적인 방영 토대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했다.

방송 총량제란 지상파 방송사(KBS, MBC, SBS, EBS)의 연간 전체 방송 시간 중 0.3~1% 이상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을 신규 편성하도록 한 제도다. 방송 총량제 시행을 통한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의 성공사례로는 뽀로로, 라바, 로보카 폴리가 있다. 2005년 7월부터 시행됐으며, 2012년부터는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 등)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로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산 애니메이션을 지켜줬던 방송 총량제가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방송 총량제를 방송사에 대한 규제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법 폐지 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상파 3사의 경영악화, 미미한 수준의 지상파 애니메이션 시청률, 달라진 방송 환경(OTT, VOD 서비스) 등을 이유로 총량제 완화를 주장했다. 나아가 신규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을 폐지하고, 자율적인 일반 어린이 프로그램 의무 편성 규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놓칠까 두려운 생명줄
한국애니메이션발전연합은 지난달 26일 현행 총량제 폐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애니메이션발전연합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등 8개의 애니메이션 관련 단체로 이뤄졌다. 이들은 공식 성명을 통해 방송 총량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최소한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여전히 방송사를 통한 시청차 노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1년 애니메이션 콘텐츠 이용자(만 3~58세) 3,000명을 대상으로, ‘2019 애니메이션 이용자 동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감상 시 이용 매체는 TV 모니터(67.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TV 모니터 이용자(2,027명) 가운데 주 시청 방법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실시간(재방송 포함)이 36.3%로 가장 높고, 지상파·종편 채널 실시간(재방송 포함)이 25.4%로 뒤를 이었다.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와 EBS는 여전히 국산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유통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상품, 게임, 완구 등 부가사업과 수출을 통한 수익으로 이어진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뽀롱뽀롱 뽀로로’는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수출됐으며, 이를 활용한 장난감, 문구, 식품 등 많은 부가사업이 진행됐다. 방송 총량제가 폐지될 경우, 이를 통한 수익도 감소해 중소 애니메이션업체와 완구 업체가 위축되거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한편,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올해 ‘방송총량제 폐지’ 외에도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KBS Kids의 합작법인 설립건, 유튜브의 키즈 광고 규제 강화 등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방송 총량제 폐지가 언급되며 많은 사람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천기(만화애니메이션학과·3) 학우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맞은 위기에 대해 “해당 규제 전에도 밝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두운 업계 상황 속에서도 질 좋은 국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것처럼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방송 총량제’와 관련해 둘리 챌린지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묻자 “언론과 SNS에 계속 노출이 된다면 분명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묻자 “탄탄해진 웹툰 플랫폼의 협력과 함께 성인들을 대상으로 상업성이 충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캐릭터 상품 산업을 연계해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며 부가사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진석현(만화애니메이션학과·3) 학우는 현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방송 총량제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방송 총량제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만약 폐지된다면 경쟁력을 높여 더 좋은 만화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준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라며 “우리나라는 웹툰이라는 분야에만 많이 치중돼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소비가 있어야 공급이 되기 때문에 학우분들의 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관심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은 아동용 만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어린아이들만 본다는 고정관념을 자리 잡게 하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이 함께 모여앉아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필요하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온 산업 종사자와 국내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색안경을 잠시 벗어두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변모할 수 있는 저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예진 기자, 김니은, 박지혜 수습기자>
파일

담당자 정보